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찰리멍거 격자모형

인간의 본성 & 판단 23

Taima 2023. 12. 11. 12:30

1. 신뢰

기본적으로 오늘날 우리가 사는 세계는 신뢰를 바탕으로 한다. 가족내 신뢰는 당연한 것으로 간주된다. 그렇지 않다면 살아남는 게 보통일이 아닐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요리사, 점원, 운전사, 노동자, 회사임원과 수많은 사람들 역시 신뢰하기로 한다. 신뢰에 기반한 시스템이 가장 효율적인 경우가 많다. 신뢰의 보상은 매우 값지다.

2. 보상 편향

인간은 보상에 극도로 민감해서, 아마 동물계에서 가장 다양하고 이해하기 힘든 보상 체계를 가졌을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보상에 이해 관계가 걸리면 생각이 왜곡되기도 한다. 자기가 팔려고 하는 제품이 사용자의 삶을 개선시킬 거라고 진정으로 믿는 판매원이 아주 좋은 예다. 그렇게 생각하면 제품을 팔기도 편리하지만, 제품을 파는 사실 자체가 판매원의 생각에 편향을 일으킨다.

3. 파블로프 연상

이반 파블로프는 동물이 직접적 자극뿐만 아니라 연관된 대상에도 반응한다는 것을 아주 효과적으로 입증해 보였다. 종이 울리면 침을 흘리는 파블로프의 개를 떠올려 보라. 사람 역시 마찬가지여서 비물질적인 대상을 두고 긍정적이거나 부정적인 감정을 일으킬 수 있는데, 이때 감정은 직접적인 것보다는 과거와의 연관성에서 비롯된다.

4. 질투와 시기심

인간은 자신보다 더 많이 받는 사람을 시기하고, 적절한 때 '저걸 가져야겠다'는 욕망을 갖기 마련이다. 부러움은 비합리적인 게 뻔한 행위를 불러일으킬 만큼 강렬하지만 이는 인간과 역사를 함께할 만큼 오래되었다. 시기심을 간과하는 시스템은 시간이 지나면 스스로 불에 탈 운명을 안고 있다.

5. 사랑과 미움에 따른 왜곡

인간은 자기가 좋아하는 사람이나 사물에 우호적이고, 싫어하는 사람이나 사물에 적대적이 됨으로써 생각이 흐려지는 경향이 있는데, 그런 왜곡은 과거와의 연관성, 고정관념, 사상, 유전적 영향, 직접적 경험 등에 근거한다. 이런 경향 때문에 우리는 좋아하는 것을 과대평가하고, 싫어하는 것을 과소평가하며, 종종 중요한 뉘앙스를 놓친다.

6. 부정

인생을 어느 정도 살았다면 "나일은 아프리카의 강 이름만이 아니다(Denial is not just a river in Africa)"의 의미를 알 것이다. 누군가 말도 안 되는 부정을 할 때, 영어로 부정을 의미하는 'denial'과 나일 강(the Nile)의 발음이 비슷한 것을 이용해 비꼬는 속담이다. 전쟁이나 약물 남용은 부정이 관성적인 태도를 용납해 파괴적인 결과를 초래함을 보여주는 강력한 예다. 부정은 어떤 상황에 대처하거나 생존하기 위한 기제, 의도적인 전술일 수 있다.

7. 가용성 휴리스틱

현대 심리학의 가장 쓸모 있는 발견 중 하나는 대니얼 카너먼이 '가용성 휴리스틱'이라고 부른 것으로, 눈에 잘 띄고 중요하고 빈번하고 최근의 것일수록 더 잘 기억해내는 현상을 일컫는다. 인간의 뇌는 자체적으로 에너지를 절약하는 관성적인 경향을 갖고 있는데 이 기능은 마음대로 조절되지 않는다. 가용성 휴리스틱도 잘 조절되지 않기는 마찬가지다. 진정 포괄적으로 기억할 수 있다면 심신이 무척 쇠약해질 것이다. 가용성 휴리스틱에 포함되는 다른 예로는 정박 효과와 매몰 비용 효과 등을 들 수 있다.

8. 대표성 휴리스틱

다음에는 대표성에 속하는 심리학의 3가지 주요 발견이다. 이 역시 카너먼이 동료인 에이머스 트버스키와 함께 정의한 것이다. 

① 기준율 고려의 실패 : 현재 혹은 미래의 행동을 판단할 때 과거의 확률을 고려하지 않는 무의식적인 실수를 가리킨다.

② 편견 : 구체적이며 미묘한 차이를 살피기보다는 광범위하게 일반화하거나 분류하는 경향을 말한다. 가용성과 마찬가지로 뇌의 에너지를 절약하기 위한 일반적 속성으로 간주된다.

③ 틀린 결합을 놓치는 오류 : 린다 테스트에서 분명하게 드러나듯이, 카너먼과 트버스키는 학생들이 더 생생하게 묘사된 인물이 덜 생생하고 포괄적으로 묘사된 인물보다 미리 정의된 부류에 더 적합하다고 생각함을 입증해 보였다. 생생하게 묘사된 구체적인 예들이 특정 부류를 더 잘 대표하는 것으로 여겨지는데, 이는 이성과 확률에 기반한 판단에 위배되는 것이다.

9. 사회적 증거(무리 속 안전)

인간 역시 벌과 개미, 침팬지 같은 수많은 사회적 동물 중 하나다. 인간이 무리 속에서 안전을 찾으려 하는 것은 DNA에 각인된 본성이며, 나아가 행동 지침을 무리, 즉 사회에서 찾으려 한다. 이러한 본성이 만들어내는 화합의 필요성이 아니라면 협력과 문화는 불가능할 것이다. 하지만 자신이 속한 집단이 어리석은 행동을 할 때 개인 역시 어리석은 행동을 따라 하게 되는 수가 있다.

10. 이야기 본능

이야기를 지어내고 그 속에서 의미를 찾으려는 본성 때문에 인간은 이름도 적절하게 "이야기의 동물(the storytelling animal)"로 불린다. 인간은 글을 쓰거나 도구를 만들어내기 훨씬 전부터 이야기를 지어내고 이야기로 생각하는 법을 알았을 가능성이 있다. 종교 단체든 기업이나 국가든 거의 모든 사회 조직은 이야기 본능을 바탕으로 한 구조 위에서 돌아간다.

11. 호기심 본능

인간은 다른 종이 호기심을 갖고 있다고 말하기를 좋아하지만 호기심 하면 인간이 최고다. 인간이 사바나에서 벗어나 주변 세계에서 배우고 그렇게 익힌 정보의 토대 위에 집단지성으로 이 세계를 만들어낸 것도 호기심 때문이다. 호기심은 과학적 경영과 같은 인간 특유의 행동과 조직 형태를 낳았다. 혁신을 자극하는 직접적인 보상이 있기 전에도 인간은 호기심에 이끌려 혁신을 이뤘다.

12. 언어 본능

심리학자 스티븐 핑커는 인류의 DNA에 내재된 능력, 즉 문법이 있는 언어를 학습하는 능력을 언어 본능이라고 부른다. 문법이 있는 언어가 단순한 문화적 산물에 불과한 것이 아니라는 생각은 노엄 촘스키에 의해 널리 알려졌다. 이야기 본능에서 살펴본 대로 인류는 이야기 본능과 언어 본능을 이용해 공유할 수 있는 이야기나 소문을 지어내고 무엇보다 문제와 분쟁을 해결한다. 문법으로 짜인 언어는 이론적으로는 무한한 의미를 전달할 수 있다.

13. 최초 결론 편향

찰리 멍거가 말해서 유명해진 얘기대로, 인간의 마음은 어떤 면에서는 정자와 난자처럼 작동한다. 즉, 최초의 생각이 진입하면 마음의 문을 닫는다. 다른 경향들과 마찬가지로 이것 역시 에너지를 절약하려는 기제일 것이다. 최초의 결론을 고수하려는 인간의 속성은 수많은 잘못된 결과를 수용하게 할 뿐만 아니라 질문을 멈추게 한다. 이는 단순하지만 쓸모 있는 몇 가지 정해진 마음의 절차를 통해 방지할 수 있다.

14. 섣부른 일반화 오류

일반화는 중요하다. 일반적인 법칙을 알기 위해 모든 걸 일일이 볼 필요는 없다. 사실 일반화는 우리에게 유리한 작업이다. 하지만 '대수의 법칙'을 망각하면 일반화에는 오류가 따르기 마련이다. 결론에 이를 만한 통계적 근거도 없이 소수의 몇몇 사건만 가지고 일반화하는 일이 종종 있다.

15. 상대적인 만족/불만족 경향

상대적인 만족감을 가장 잘 보여주는 예로 '부러움 편향'을 들 수 있겠지만, 행복 역시 당사자의 절대적 상태보다는 당사자의 과거나 동료와 비교한 상대적 상태와 관련 있다는 데 거의 모든 행복 관련 연구들의 결론이 모아진다. 이렇듯 상대적인 경향은 매우 다양하며, 객관적으로 차이 나는 상황에서도 사람들은 커다란 행복이나 불행을 느낀다. 또한 자신의 태도와 감정조차 제대로 예측할 수 없게 된다.

16. 일관성/몰입 편향

심리학자들이 수많은 유명 사례들로 보여주었듯이, 인간은 가능한한 전에 마음먹은 대로 헌신하거나 과거의 자신과 일관성을 유지하려는 경향이 있다. 사회에서 유대 관계를 유지하려면 어쩔 수 없다. 결론과 습성을 자주 바꾸는 사람은 신뢰받지 못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관성을 유지하려는 편향은 누군가의 말처럼 '귀신도 질려버릴 어리석음'이 될 수 있다. 최초 결론 편향과 안좋게 맞물리면, 틀린 결론에 도달한 후 명백한 증거가 코앞에 있는데도 불구하고 고집을 부리는 꼴이 될 수 있다.

17. 후견지명 편향

결과가 나온 후에는 마음속으로 시간을 되돌리기가 거의 불가능하다. 그게 무엇이든 우리의 이야기 본능은 우리가 처음부터 다 알고 있었다고 믿게끔 만든다. 하지만 사실은 결과가 나오기 전에 알 수 없었던 정보를 가지고 이야기를 짜 맞추는 것일 뿐이다. 후견지명 편향은 중요한 결정은 변경 불가능한 기록을 남겨야 하며, 처음부터 다 알고 있었다고 믿고 싶어질 때 자신을 돌아보는 게 중요한 이유를 깨우쳐 준다.

18. 공정에 민감함

공정함에 대한 갈망은 뼛속 깊이 박혀 있다. 인간이 공정함에 민감한 중재자라는 사실은 무엇이 복지이고 안녕인지 생각할 때 상대성을 갖는다는 것을 보여주는 또 다른 예다. 불공정함을 보복적 행동의 근거, 아니면 최소한 불신의 근거가 될 수 있다. 하지만 공정함 자체는 고정불변이 아니다. 공정함은 때와 장소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노예제도가 인류의 역사에서 한때는 완벽하게 자연스러운 제도였지만 다른 때는 그렇지 않았음을 떠올려보라.

19. 행동의 일관성을 과대평가하는 경향(기본적 귀인 오류)

우리는 다른 사람의 행동을 상황적 요인보다 태생적 속성 탓으로 지나치게 돌리는 경향이 있는데, 그 결과 그런 행동이 미래에도 지속될 것이라고 과장하게 된다. 이런 상황에서는 행동을 예측하기가 별로 어려워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실제로는 이런 가정이 수시로 틀렸다고 판명 나고, 우리는 다른 사람들이 태생적 속성대로 행동하지 않는다고 계속해서 놀란다.

20. 권위에 대한 복종 편향

유명한 스탠퍼드 감옥 실험과 밀그램 실험은 이전부터 알고 있었던 사실, 즉 사람들이 권위에 영향을 받는다는 사실을 입증해 보였다. 인간 사회처럼 위계질서가 있는 곳에서는 행동 지침을 얻기 위해 우두머리를 쳐다보는 경향이 있고, 스트레스나 불확실한 상황에서 더욱 그렇다. 따라서 권위가 있는 우두머리는 잘 처신해야 할 책임이 있다. 본인이 싫어하든 좋아하든 간에.

21. 스트레스의 영향(한계점 포함)

스트레스는 정신적, 생리적 반응을 일으키고 다른 편향을 증폭하는 효과가 있다. 스트레스를 받으면 인간의 몸은 투쟁-도피 반응을 하기 때문에 거의 모든 편향이 더 나빠지는 경향이 있으며, 이때는 대니얼 카너먼이 '시스템 2'라고 명명한 이성적 작용의 브레이크 기능 없이 순전히 본능에만 의존하게 된다. 스트레스를 받으면 성급한 결론에 도달하기 쉽고, 즉각적이고 습관적인 행동이 드러나는 경향이 있다. 정예 군사 훈련소의 "치열한 전투에서 드러나는 건 제군 스스로 어떤 모습을 기대하는지가 아니라 얼마나 제대로 훈련받았는지다"라는 구호와 같다.

22. 생존 편향

역사 편찬, 즉 과거에 대한 해석이 갖는 중대한 문제는 승자에 의해 쓰인다는 사실이다. 우리 눈에는 나심 탈렙이 '고요한 무덤'이라고 부르는, 당첨되지 않은 로또 복권 소유자들이 보이지 않는다. 그 결과, 우연이나 행운 탓인 것도 과도하게 승자의 능력으로 돌리고 오직 승자만 연구함으로써 틀린 교훈을 얻기 일쑤다. 수많은 패자도 승자와 똑같이 행동했지만 그저 운이 나빴을 뿐이라는 사실을 보지 못하는 것이다.

23. 뭔가 해야만 하는 조바심(투쟁-도피 반응, 개입, 가치 증명 등)

다른 말로 '지루함 증후군'이라고 부를 수 있다. 사람들 대부분은 행동이 필요하지 않을 때도 왠지 행동해야만 할 것 같은 충동을 느낀다. 또한 문제를 해결할 만큼 충분히 알지도 못하면서 해결책을 제시하는 경향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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